스스로의 공중도덕 불감증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종종 생기곤 한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새로 산 음악 CD의 비닐을 벗기고는 거리낌 없이 자리 밑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로 옆자리였고 부피가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쓰레기였기 때문에 마침 내리는 역이었던 나는 쓰레기를 주워들며 남자에게 한마디를 하고 내렸다.

그러나 이내 돌아서서 생각한 것은 그런 나는 얼마나 공중도덕 불감증에서 자유롭고 떳떳한 입장인가 하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몰래 버리는 것, 남들 눈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버리는 것, 그 어느 쪽도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입장에서 과연 남자에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말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자주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느 순간 분명히 내게도 부끄러웠던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 버리니까 남들이 버리는 것도 묵인해버리자고 외면해버리는 건 과연 옳은 일일까.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도덕을 운운할 처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잘못된 일을 보고도 수그러드는 소시민의 양심으론 변해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갈 때, 이런 일을 통해 겪게 되는 자기반성이 커다란 자극이 되곤 한다.

당시 내 말을 들은 남자는 어쩌면 내가 아니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그만큼 잘난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던졌던 내 말을 잘 이해해 주었다면 좋겠다.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흔하고 뻔한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는 걸 더 잘 알며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말이다.

권효현(사범대 역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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