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O.T.)은 입시라는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난 새내기들에게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대학생활의 첫 시작이다. 그런데 만약 대학이 O.T.참석여부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결정을 두고 자율에 반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문과대, 법과대, 사범대, 예술대가 새터를 떠나기 이틀 전, 기자의 출입처인 법대 학생회에서 들은 얘기가 이번 취재의 시작이었다. 문ㆍ법ㆍ사범ㆍ예술대의 연합 새터에 필요한 구급품 지원 허가를 “문과대는 O.T.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지원을 해줄 수 없다”며 학생복지실에서 승인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확인 결과 예술대 학생회장의 재 요구로 구급품 지원을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일은 일단락됐지만 학생복지실이 O.T.에 앞서 총학생회를 통해 단과대 학생회장들에게“O.T.에 참석하지 않는 단과대를 징계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학생복지실 담당직원은 “O.T.에 불참하는 단과대 회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는 없어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학생복지실은‘학교 행사 집단 참여거부 회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문과대와 사과대, 사범대 행정지원실에 보내 O.T.불참의 경위조사와 원인파악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과대 현성은(국문3) 학생회장은“새터 준비 중이어서 O.T.에 참석할 수 없었고, 지정된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영문과와 중문과는 분명 참여했다”며 “학교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3개 단과대가 조직적으로 O.T.를 보이콧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O.T.는 신입생들을 위해 학교에 대한 소개나 동아리 공연 등이 진행되는 행사이다. 되도록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면 좋았겠지만 강제성이 있어서는 안될 행사였다. 지정된 위치에 자리하지 않아 학교 측이 3개 단과대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특정 단과대가 집단으로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몰아 재발방지대책 등을 포함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한 것은 학생들의 자율을 침해한 부당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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