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기부터인가 입학식과 졸업식 하면 떠오르는 사진사 아저씨들은 정물화 속 풍경처럼 차지하던 자리를 슬며시 내놓아야할 시기가 와 버렸다. 이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는 탓이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가방 속 디지털카메라가, 전문카메라가방 속 수백만원씩 하는 SLR카메라가 호시탐탐 셔터를 열어 무언가를 담으려 24시간 대기 중이라고나 할까.
그들 중 대부분은 각종 수동기능이 가득한 전문장비로 관심을 옮겨가고 어떻게 하면 내 주변을 또 내 자신을 멋지게 사진으로 담아 미니홈피,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일 것이다. 바바라 런던의 ‘사진’이라는 보편적인 사진 개론서부터 시작해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을 담은 책들이 넘쳐나지만 그 마음가짐에 대해 옮긴 개론서가 드문 와중에,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카메라 다루는 기교와 사진 잘 찍는 방법을 구구 절절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연애하는 사람이 애인을 아끼고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의도대로 그것을 담아내기 위한 애정과 늘 접해야 생기는 정(情)에 대해 그리고 과정 중에 얻어지는 기교에 대해 어눌뜨게 속닥거릴 뿐이다.
인화하고 현상하고 이젠 스캔마저 해야 하는 굼뜬 필름카메라의 여백마저 사라져가는 요즘. 사진찍자마자 컴퓨터 앞에서 수정하는 조급함보다는 사진기로 담아내는 것들과 내 자신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는 것도 왠지 여유로울 듯싶다.

인문과학실 소장. (770.2 윤16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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