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에게, 같은 마을 사람에게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총을 겨누고 학살을 하고, 죽였다는 것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 지워지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평생을 서로 증오하고 괴로워하며 살아왔다. 또 그 짐은 그들 뿐만 아니라 후세들에게도 분단이란 이름으로 민족의 아픔과 오욕으로 자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아픔을 뛰어 넘어 변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니 변하도록 해야 한다. 역사의 장엄한 흐름에 동참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욕구에 부응하듯 황석영의 소설 ‘손님’도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기를 말한다. ‘손님’- 우리네 삶에 불쑥 찾아온 마르크스 주의와 기독교를 지칭한다. 이 소설은 전쟁당시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졌던 주민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외세에 의한 사상이 빚어낸 주민간의 참극을 바탕으로 민족의 참극을 대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 마을에 같이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들…. 그러나 이념의 덫에 빠진 이들에게는 더이상 다른 이들(다른 사상을 추종하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죽임의 대상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들의 행위는 피를 위해, 피에 의해 추동될 뿐이었다.
황석영은 시대의 아픔을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답게 이 소설에서 위대한 작가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당시 어떠한 편이었고, 누구의 이념이 더 옳았건 그들은 모두 상처를 주었고 받았다. 작가는 이미 죽은 이들에게 각기 당시의 입장을 털어놓게 함으로써 영혼들간의 만남과 대화를 시도한다. 대화라는 것, 결국 이들은 화해를 통해 예전의 허물없는 이웃으로 돌아가고 작가는 한판 굿으로 지난 과거를 훌훌 털고 새 시대로 나아갈 것을 재촉하고 있다.
‘손님’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역사의 징검다리와 같은 소설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아픔, 외세에 의한 분단은 지금도 한반도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전 사회에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게 드러나 있는 지금, 이제는 대화와 만남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감싸안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손님(외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이 땅의 주인인 우리 민족이,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가는 통일시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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