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읽은 책을 꼽으라 하면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해방전후사의 인식 1’이라는 책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 신입생 시절 그것도 3월초 우연히 동아리 선배가 보던 책을 얻어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입시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던 세월,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이 진리의 전부인 것인 양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대체 내가 지금까지 배워 왔던 것과 이 책의 내용은 왜 다른가. 도대체 이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후 대학 시절 내내 나를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해방전후사의 인식 1’이란 한권의 책이 이제 막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점에서 결과적으로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뒤틀려 있었던 지난날의 역사 속에서 그래도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에 대해 성실하게 기록하고 평가하고자 했던 저자들의 노력 덕분에 별다른 노력 없이 해방전후의 역사와 분단의 비극적 현실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뜰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저자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싶다.
비록 그 당시에는 억압적 군사통치체제하에서 대학생의 의식화란 이유 때문에 판매금지까지 당했던 사연 많은 책이지만 대학생활을 막 시작하려던 시점에서 이 책이 준 감동은 그 때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에서도 느낄수 없었던 가장 짜릿한 첫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독도 및 교과서 왜곡문제로 인해 한·일간 또는 중·일간에 감정적 대립이 일어나고 있지만 결국 왜곡된 우리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평가 없이는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불행하게도, 독립을 위해 몸바친 선각자들이 ‘시대의 가장 어리석은 자’가 되어 버린 우리의 잘못된 역사가 사실 너무나도 안타깝다. 더구나 오늘날까지 여전히 왜곡된 정치, 경제문화를 유산으로 물려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의 부재 때문은 아니었는지.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 때문에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제대로 된 역사,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된다는 측면에서 21세기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이 한권의 책이 좋은 교양서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나와 같은 짜릿한 첫경험을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느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생각에서 감히 이 책을 권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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