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싶다는 것은,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취향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내부의 신호다. ‘열정’에서 산도르 마라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취향이 같은 남녀가 만나는 일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사람을 만난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와 그를.
오해와 편견은 그처럼 너무 다른 상대에 대한 그릇되고 습관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인식의 틀을 깨지 못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가는 근대적인 인물을 우리는 제인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만난다. 엘리자벳에게 다아시의 첫인상은 자신의 인습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자극점이 된다. 자기 것을 바꾸고 없던 것을 만들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그녀의 사랑은 용기 있다. 그녀는 결혼에 있어 전통적인 규범보다 개인의 성품과 선택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보여준다. 사랑은 작품 속에서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두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존재하도록 허락하며 불가능한 것들을 부정한다. 사랑의 힘과 가치를 믿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엘리자벳의 사랑은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다.
사랑은 마술처럼 다가와 고집스럽게 지켜온 관습과 취향을 용감하게 버린다. 영화 ‘타인의 취향’에서 보여주는 카스텔라의 사랑은 봄날의 미풍처럼 잔잔하고 어린아이의 하품처럼 순수하다. 덥수룩한 수염을 깎아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그가 자신의 취향을 바꾸는 모습은 무척 꼼꼼하다. 어느 날 사랑을 깨달았을 때 내 안의 낯선 나와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면서 우리는 아집과 독선을 버린다. 자아를 새로 정의하게 하는 사랑의 뜨겁고 무거운 힘은 그러나 실연의 아픔도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 카스텔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Non, je ne regrette rien’ (나는 아무것도 후회 하지 않아).
사랑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몸부림, 얻고자 버리려는 집착,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게 하는 의지. 사랑의 가치는 홀려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다는 데에 있다. 부수고 탈피하고 바꾸는 과정은 현실을 대체하고 가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직함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사랑은, 전장의 목마름인 동시에 인류의 줄지 않는 양식이며 목표가 아닌 목적이다. 그러므로 가졌어도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백지수표와 같다. 의지이며 선택이고 버리는 만큼 호되게 남겨지는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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