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노
민들레꽃은 흩어지고
우리 맨 처음 만나던 여름 달밤의
반딧불 같은 나날은 죽고
강물 우에 별은 뜨고
네 머리카락을
옛날로 옛날로 미는 바람은
몇 마리 새들은
허공에 띄우고
우리 아무 말 없다마는
어쩌노
민들레꽃은 흩어지고

다소 경박한 비유를 동원하자면, 동국문학은 김민부(金敏夫;1941-1972)라는 시인의 무덤에 훈장(勳章)을 추서해야 한다. 짧았으나 뜨거웠던 생애와 맵짠 그의 시들을 언제 우리가 옳게 한번 들여다보았던가. 시의 별들이 강물을 이루는 동악의 하늘이지만 그만치 빛나는 별이 어디 그리 흔하던가.
그가 문학동네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거나 이 언덕에서 그를 추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쯤으로, 우리가 그의 시업(詩業)을 상찬하지 않는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이 저승에도 많으리라. 고등학교 시절에 신춘문예를 통과하고 나이 열대여섯에 시집을 가졌던 사람. 미당(未堂) 어르신께서 보시고 “시 참 좋다, 좋다!”하셨다는 사람. 시를 쓰러 세상에 나온 귀신이었던지 잠깐 사이에‘칼’같고 ‘꽃’같은 시들을 와르르 쏟아놓고 서둘러 떠난 사람.
길게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저 극진한 사랑의 노래 ‘기다리는 마음’에서처럼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를 이승에선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일출봉 너머 월출봉 너머 저쪽 세상에 가서 기다려야 할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귀기울여보라. 남산 소나무를 흔들며 지나는 바람결에 요절한 천재 김민부의 전설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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