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듯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같다고 읊은 시인 피천득의 싯귀처럼, 신록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심한 황사에 시달렸던 사월을 보내고 맞이하는 오월이니 더욱 밝고 맑고 싱그럽다.
이러한 오월에는 많은 기념일들로도 화려하다. 특히 올해 동국의 캠퍼스는 푸른 목멱을 배경으로 백년을 기념하는 연등이 영롱하다.
부처님도 오월에 오시고, 근로자·어린이·어버이·스승·성년의 날, 그리고 5·18기념일 까지….
성년의 날이 언제부터 생겼는가. 올해는 스승의 날과 겹쳐졌다. 싱그러운 오월의 푸르름 속에 모든 기념일들이 함께 어우러져 대합창을 이루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날이 성년의 날이라고. 천상천하유아독존. 진정한 자립을 위하여 굳게 결심하고 확실한 나이테를 긋는 날이라고. 부모의 도움을 결연히 거부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며 삶을 개척할 설계를 하는 날이라고.
우리 현대사는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다.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캠퍼스에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절은 먼 옛날처럼 되었다.
학생들의 관심은 개인취미생활이나 동호인 단위로 축소되고, 결혼에 대한 의식변화나 웰빙 바람 등이 두드러진다. 가족계획을 강조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출산율 저조 세계 1위라고 한다.
이렇듯 어렵게 태어난 만큼, 더욱 소중한 앞으로의 세대들이 의존적인 젊음을 살 수는 없다. 젊음 자체로도 독립적이어야 빛난다. 썩은 젊음은 버려야 한다.
기러기부모·헬리콥터부모의 과잉보호와 관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립을 추구하는 기념일이 될 때 모든 성년은 평등해진다. 의존적인 나약한 젊음을 산다는 것은 자아의 모순으로 고통이다. 역설적이지만, 성년의 날이 필요해진 이유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오늘의 모습이다.
대학입시까지도 비정상적으로 의존적인 교육현장인데, 대학생이 된 이후까지 의존적이어서야 미래가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의 힘든 사업현장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나 농촌의 늘어가는 외국인 신부 비율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높은 진학률로 대학생·대학원생은 증가하는데… 대학입학과 성년의 날을 맞이함과 동시에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하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젊음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경제적·학문적 자립의식이 복지 사회에로의 첫걸음이리라.
식민과 전쟁을 겪었던 우리 앞 세대로부터 앞으로의 세대로 도도히 흘러 갈 역사 속에서….

정 수 현
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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