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남아있던 나뭇잎마저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찾아오고 캠퍼스도 노랑, 빨강의 단풍색을 벗어던지고 월동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기말시험을 치고 나면 캠퍼스도 시끌벅적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동면의 계절 속에 들어갈 것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항상 우리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학기동안 계획한 것들을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고, 좀 더 노력할 것을 하지 못하였다는 안타까움도 남는다. 그 아쉬움이 후일 인생의 추억이 될지는 몰라도, 현재는 마음의 짐이 되어 미련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아쉬움은 미련으로 남지만 그래도 우리 자신을 한번쯤은 되돌아보게 한다. 여하튼 대학에서 학사일정을 쫓아가다보면 학기말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통하여 이미 새 학기는 시작된다. 방학이 있음에도 학기는 이렇게 눈에 띄지 않게 연결되고 있다.
겨울 속으로 침잠하고 있는 캠퍼스는 세상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가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대학도 변화의 흐름 속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가 대학인지 모른다.
학문의 전당이란 대학의 본 모습은 그 자체가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의 모습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캠퍼스는 낭만이 사라지고 그 여유롭던 대학의 분위기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하여 잠시 머물다가 가는 정류장처럼 인식되어 가고 있다. 과거보다 더욱 열심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대학은 삶을 위하여 당연히 거쳐 가야 할 과정으로 투영된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져도 순간순간 보이는 캠퍼스의 모습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렇지만 캠퍼스의 아름다운 모습들의 주인공은 캠퍼스를 꾸며주는 외형이 아니다. 캠퍼스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훌륭한 건물이나 멋있는 조형물, 잘 가꾸어진 캠퍼스의 산책로, 깨끗한 식당과 여유로운 휴식공간이 아니다.
진정으로 대학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과제해결을 위하여 열띤 논쟁을 벌이고 밤늦도록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삶을 고뇌하며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대학을 아름답게 만든다.
젊은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위하여 공부에 전력투구를 하는 모습은 인생에 있어서도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우리에게 노력은 내일을 위한 저축이다.
또한 내일을 위하여 노력하는 인간에게만 희망이 보인다. 인간에게 희망은 생명이며, 희망이 없는 인간에게 내일은 없다. 학생에게 방학은 내일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다가오는 방학은 다음 학기를 위한,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노력만이 후회와 아쉬움을 사라지게 한다.

김 상 겸
법과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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