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연구실이 있는 만해관으로 들어서다 보면 리모델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 입구가 담배꽁초와 씹다 버린 껌 조각들로 엉망이 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본다. 마음속으로 바로 옆에 쓰레기통을 놓아두고 왜 저럴까라고 중얼거리면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김없이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혼잣말을 듣게 된다.
아주머니의 말씀인즉슨 담배꽁초를 맨바닥에 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새하얀 대리석 위에 시커먼 자국이 남도록 비벼 끄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화장실 주변에는 쓰다 남은 휴지들이 물에 젖은 채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는 날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아마도 필요 이상의 휴지를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들어간 사람들의 부주의함에서 비롯된 일로 보인다.
또한 세면대 좌우 벽면의 물비누통은 거의 언제나 망가져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소홀히 다루는 동국인들을 볼 때마다 나의 도덕 선생 기질은 아침부터 열을 받기 시작한다. 더욱이 이렇게 달아오른 날에는 유독 눈에 거슬리는 캠퍼스 커플들의 모습을 학교 안팎에서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들은 아무데서나 서로의 시선을 한 곳에 모은 채 끊임없이 상대방의 몸을 만지작거리거나 쓰다듬는다. 말 그대로 사랑의 스킨십을 교환하는 의식이리라. 이럴 때면 옆을 지나치기가 여간 민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겸연쩍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나 혼자만 그들에게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고 있어 스스로 무안해지고 만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하찮은 일상사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런 조그만 일들이 쌓이다보면 결국 사회적인 몰염치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잔소리 한마디를 더해도 될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운동 시합 중 상대방 볼이 엔드라인 근처에 떨어질 때마다 무조건 ‘아웃’이라고 소리쳐 놓고 보는 동호인들과 골프장에서 남의 눈을 피해 공의 위치를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다반사인 골퍼들이 과연 사회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져 본다.
개인적으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은 정해진 규범 대신 편법과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유형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글로벌 윤리의식을 공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내 주변의 작은 실천들이 곧 사회전체의 인식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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