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핸디오피스로 보내온 한 통의 메일을 읽었다. ‘본교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은 어떤 수업일까’ 라고 하는 제목으로 학생들의 설문 결과를 종합 정리한 내용이었다. 이 자료를 이용하여 각 교수님들이 수업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때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설문은 총 8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끈 항목은 첫째, 어떤 수업 방식을 선호하는가. 둘째, 수업 방식의 만족도였다. 이 문제에 대해 사학과에서 동양사 그 중에서도 중국사를 담당하고 있는 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볼까 한다.
먼저 학생들은 수업방식으로 강의식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선호한다는 점이다. 부조화 속의 조화라고나 할까. 나의 경우 교양강좌는 강의를, 전공은 발표수업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강의든 토론이든 양자 간에는 만족 요인과 불만족 요인이라는 양면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양강좌의 학생 수가 많을 경우 100여 명을 상회한다. 강의실을 들어서면 무가지 신문을 펼쳐 읽고 있는 학생,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학생, 개설서를 올려놓고 필기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군상이 펼쳐진다.
매 학기 강의를 앞두고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그것은 강의를 고대부터 청대(1644~1911)까지 개설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단대사(斷代史) 예를 들면 한족(漢族)정권인 한대(B.C.206~ A.D.219) 혹은 이민족 정권인 원대(1206~1368) 등 한 왕조만을 중점적으로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다룰 것인가 하는 딜레마이다. 중국사를 포괄적으로 강의를 하게 되면 단지 중요한 사건들의 개연 설명에만 그치고 그것도 도중에서 그쳐야만 한다. 반면에 단대사는 역사가 왜 그렇게 전개되었는가, 그 필연성은 무엇인가, 하는 등의 명제까지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루는 범위가 짧다는 문제가 동시에 수반된다. 그 어느 방법을 택하더라도 서로의 장단점이 혼재되어 있으며, 동양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빈약한 학생들에게 있어 수업은 어깨를 짓누르는 버거운 짐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보조 자료나 VTR 등의 영상물을 통해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해를 돕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토론 수업에 대해 학생들은 버거운 토론 주제와 준비, 소수 학생의 참여 등에 대한 우려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한 약간의 변명을 말하자면, 먼저 주제의 제시인데 역사의 경우 새로운 주제를 매 학기마다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역사가 1년 단위로 바뀌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새로이 맞이한 학생들에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도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주제에 관련된 참고서적과 논문이다. 최근 동양사에 관한 좋은 서적과 논문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아직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용하는 자료에 한계가 있다.
특히 한자가 많이 인용되어 있는 저서나 논문을 조사해서 정리 발표하는 일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작업인데다가, 중국이나 일본에서 간행된 많은 참고 자료를 어학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는 고충이 따른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고 버거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머리를 싸매 준비를 하고 동료들 앞에 당당히 서서 발표를 끝낸 학생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난관을 돌파한 사람들처럼 용기백배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사를 가르치는 궁극적인 하나의 목표는 중국의 역사를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교수들의 강의에 대한 열의와 다양한 교수 방법의 개발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학생들 스스로가 수업의 알찬 과실을 얻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항상 ‘왜’ 라는 의문을 갖고 질의하는 자세로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붇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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