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교실급훈이나 가훈 등에서 보면 “착하게 살자”(be nice) 혹은 비슷한 내용들이 멋있는 붓글씨로 액자에 적혀있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악당들은 마지막에 망하고 착한 주인공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세상은 꼭 그렇게 착하게 움직이는가. 세상이 꼭 도덕선생님의 고리타분한 말씀같이 착한 자가 항상 승리하는가. 학생들은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위에서 보면 착한 사람들은 항상 당하면서 손해보는 것 같고, 착한 것하고는 아예 원수지간인 사람들이 번쩍거리며 살고 있는 것도 자주 보인다. 이건 참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의문이자 중요한 문제이다. 도덕 선생님이 엉터리 급훈을 써주셨나.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들도 일부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재미있는 모의 실험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시간 대학의 악셀로드 교수는 사람의 행동패턴을 크게 협동과 배신으로 구분하고 가능한 여러 가지의 행동전략들을 전 세계에서 모집하였다. 예를 들어서 “항상 배신하라”, “항상 협동하라”, “이런 경우에는 배신하고 이런 경우에는 협동하라” 등. 그리고 이들 전략간의 다양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하여 어떠한 전략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지를 실험해 보았다.
그 실험의 결과 언뜻 생각하면 상대방을 이용하고 배반하는 전략이 제일 유리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비겁한 전략들은 예외없이 거의 꼴찌 그룹에 모여 있고 선량한 전략들이 우승 그룹에 모여 있음을 발견한다. 그중에서도 거의 모든 경우에 우승 주위를 떠나지 않는 전략은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자 라포포트 교수가 제안한 TIT-FOR-TAT 라는 전략이다.
이는 “상대를 첫 번 만날때 우선 협동하고 그 다음에는 상대가 나에게 한대로 한다.” 라는 아주 간단한 행동전략이다. 여러 가지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다른 전략들과 섞여서 치열하게 세상을 살지만 이 모든 다양한 생활의 환경에서 대부분 경우에 최고 혹은 최고 근처로 잘 살게 되는 전략이 TIT-FOR-TAT 전략임을 위 실험은 보여주었다. 다른 영악하고 복잡한 전략들이 처음에 몇 번의 재미를 볼까하고 이 전략에 대해서 장난을 치다가도 곧 재빠르게 용서를 싹싹 빌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전략대로만 하면 세상에 별문제 없이 살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 전략의 행동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간단하게 행동하라. 행동할 때 너무 잔머리 굴리지 말고 중요한 몇가지 원칙에만 충실하라. 둘째, 선량하라. 기본적으로 남을 돕고 착하게 행동하는 전략이 긴 안목에서 승리한다. 셋째, 반칙에는 도발하라. 상대의 선의에는 협동하지만 불의와 반칙에는 응징하라. 넷째, 용서하라. 상대가 실수했더라도 진심으로 반성하면 용서하라. 이러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전략이 다른 전략들을 물리치고 제일 잘살게 됨을 실험은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이나 도덕 시간에 귀가 따갑게 듣던 얘기들이 많이 들어있는 행동전략이다. “사는데 진짜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의 처음에 얘기한 “BE NICE" 라는 급훈은 액자에 갇혀있는 도덕 선생님 문자가 아니고 액자를 뛰쳐나와 과학의 영역에서 숨쉬는, 여러분이 잘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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