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 대학 새내기들의 즐거운 대화가 들린다. 학생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강의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마도 가르치는 자만의 특권일 것이다.
3월 학기가 시작되면 우리 학과 학생들에게 반드시 말하고 시작하는 것이 있다. “He who tries can fail but he who hasn't already has.” 다들 쉽게 이해하겠지만 굳이 번역하면 “시도하는 자는 실패할 수 있지만 시도하지 않은 자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라는 말이 되겠다. 특히 공학도들에게는 이 말이 참으로 귀중하다고 생각되어 첫 시간에 이 말을 반드시 전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 실패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가 무서워서 시도를 안 한다면 그는 진정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다고 했던가. 우리 학생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적으면서 본인이 미국 유학 시절에 경험한 창피했던 일이 생각난다. 대학원 과목 중간시험에서 교수가 Take Home Exam을 주었다. 이 시험은 시험시간에 문제지를 나누어주고 그 다음날 그 시간까지 교수방으로 답안지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책도 찾아볼 수 있으나 다른 학생들과는 토론하면 안 되고 혼자 해결해야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그 과목을 같이 들었던 나를 포함한 한국 유학생들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한 집에 모여 그 문제의 답에 대해 같이 의견을 나누고 결국 답안을 도출해 모두 A를 받았다.
그런데 같은 강좌를 듣던 미국 학생들은 혼자 낑낑대면서 이 책 저 책 찾아보고 Take Home Exam의 규정대로 이 시험에 임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들은 결국 우리 때문에 대부분 B를 받았지만 그 학생들이 자신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는 말을 나에게 해주었다. 성적에 있어서는 우리 한국 유학생들이 앞서 있었지만 인생을 길게 볼 때 누가 승자였을까? 나는 그들에게 아직도 부끄럽다.
미국을 설립한 자들의 그런 태도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정직하게, 잔꾀를 부리지 않으면서 주어진 길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태도,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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