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이른바 세기의 재판이라 불리는 일본의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같은 법률에 의해 같은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아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일제 강점기 소록도에 강제 격리된 한센인들과 대만 낙생원에 수용된 한센인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강제격리 및 인권침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었다.
재판결과 대만 낙생원의 경우는 대만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해 재판에서 승소한 반면 한국의 소록도 한센인들은 기각당했다.
재판결과를 보고난 후 한국 구민들은 재판마저 차별을 받았다고 늦게서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난 2004년 8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대한민국 정부나 시민단체 그리고 일본주재 한국 대사관 등 한센인들의 재판에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거나 지원하는 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년 2개월이 소요된 지루한 재판은 철저히 소록도 한센인들 만의 외로운 투쟁이었다. 현재 한국에는 16,290명의 한센 병력자가 국립 소록도 병원 등 전국의 89개 정착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2004년 우리나라 신환자 발병은 25명이었다.
또한 신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리팜피신’이라는 치료제 4알을 단 1회만 복용해도 전염력을 99% 상실하게 되므로 우리나라에서 이미 퇴치된 질병이다. 이 질병은 전염 정도가 낮은 3군 전염병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제1군 전염병과 함께 업무종사의 제한대상으로 규정되어 집단 격리와 함께 극심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질병의 지독한 특수성 때문에 사회적 인지는 질병의 수준보다 훨씬 더 악화된 수준이다. 병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질병이 그릇된 인식과 무지가 한센병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일제 강점기에 당했던 한센인 수난 외에도 그동안 한센인들에게 자행된 각종 인권침해 사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마도 간척사업 강탈, 소록도 84인 학살사건, 삼천포 비토리섬 학살사건 등 한센인에게 가해진 과거사에 대해 국회나 정부차원의 성의 있는 진상조사에 정부는 아직도 모르는 체 일관하며 한센인의 평균연령이 70세의 고령으로 ‘한센인+노인+장애인+빈민’ 이라는 4차원적 소외계층임에도 이들의 의료보호와 노후복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근 1세기에 가까운 긴 세월동안 한센인들이 겪은 인권의 제한은 국민 기본권에 속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교육받을 권리, 직업을 가질 기회를 빼앗겼다. 또 어떤자는 강제 단종으로 자녀를 낳아 키울 기회를 잃었다.
그러나 한센인들은 이러한 국가권력과 사회의 차별에 자신들의 슬픈 삶을 스스로 감내하며 살아오면서 국가와 사회가 돌아보지 않는 세월동안 한센인들 스스로 빼앗긴 인권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해 왔다.
지금 전국 한센인의 인권보호단체인 한빛복지협회는 16,00회원의 중지를 모아 ‘한센 특별법’을 2005년 정기국회에 발의를 요청해 놓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야 국가와 사회는 한평생 편견의 감옥에 가둬둔 한센인들에게 가슴을 열고 우리사회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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