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 대종사의 법구 기증이 세간에 알려진 최근 몇 주간 종교를 초월하여 각 장기기증단체에 각종 문의와 등록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본부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문의로 담당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해 12월 초 MBC 느낌표는 ‘장기기증’을 주제로 한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이후 ‘장기기증 열풍’이 불어 본부만해도 올 7월 말까지 3만 2천, 961명이 장기기증등록에 참여해, 작년 같은 기간의 2천, 691명에 비해 12배가 증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열풍’으로까지 비유된 장기기증등록은 등록자 수에 비해 실제 기증자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일례로 각막기증의 경우, 올해 각막을 기증한 분은 7월말을 기준으로 24명이다. 작년 12명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수치. 12배로 늘어난 장기기증 등록자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듯 장기기증 등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회적인 분위기 또한 더없이 호의적인데 실제 장기기증자가 눈에 띄게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관리감독체계이다.
2000년 2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해인 2000년에 뇌사장기기증자가 64명으로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2001년 52명, 2002년에는 36명까지 줄어들었다. 법 시행 이전인 1999년의 뇌사장기기증자 수 164명에 비해서 엄청나게 줄어든 숫자임은 한눈에 알 수 있다. 2003년 이후에는 뇌사자 발굴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법의 보완이 이뤄져 현재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나, 뇌사 판정절차의 간소화, 잠재 뇌사자 신고제도의 시행 등 보다 적극적인 보완과 개정이 필요한 상황.
또 하나는 기증자 및 가족에 대한 예우 문제이다. 외국의 경우 장기기증자 본인은 물론이고, 기증을 결정한 가족에 대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장기주간 지정은 커녕 장기기증 이후에 유가족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기증이후에 가족들은 심리적인 허탈감과 주변사람들로부터의 장기를 매매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 장기기증 자체를 후회한다는 기증자의 말을 듣기도 했다.
본부는 1997년부터 매년 9월의 한 주를 장기주간으로 지정해 장기기증에 참여한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감사의 행사를 갖고 있다. 또한 MOD(기증자 어머니들의 모임)와 새생명나눔회(신장기증 및 이식인들의 모임) 등의 모임을 통해서 기증자 및 가족에 대한 기증이후의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본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부터 장기기증 공익광고가 각종 매체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장기기증은 생명나눔입니다!”로 끝맺는 광고를 볼 때마다 이제는 장기기증운동이 하나의 사회문화운동으로 뿌리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속히 시스템이 보완되고, 장기기증자 및 가족에 대한 사회적 시각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어 장기기증이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 하는 좋은 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하루속히 이뤄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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