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인물인 염상진과 염상구. 이들은 형제이면서 서로 총부리를 겨눈다. 형은 좌익지역구의 대장으로, 동생은 반공주의를 외치며 ‘빨갱이’들을 숙청하는 전형적인 우익 청년단장으로 말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양 끝에 서 있는 이들 형제의 모습은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한 해방 직 후 우리민족의 ‘어둠’을 대변한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이 양끝에 선 채 ‘누구 하나 자기 편으로 데려갈 사람 없나’ 골몰하는 모습이다. 자신과 반대되고, 약간의 트집만 있다면 색깔론으로 몰고 가기 일쑤다. 우리 민족에 내재돼있는 ‘어둠’을 자극해 어떻게든 ‘한 표’ 더 얻으려는 정치권의 속셈은 야심차기만 하다.

▲지난 7일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출범하면서, ‘뉴라이트(New Right·신보수)’ 진영이 갈라졌다. 갈라진 원인을 요약하면 한국사회의 ‘기득권’인 ‘올드라이트(Old Right·구보수)’에 대한 관점차이 때문이다. 지난 달 19일 출범한 뉴라이트 네트워크는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을 필두로 한 올드라이트 세력을 극복해야만 신보수가 21세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올드라이트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둘을 모두 끌어안기’로 결정한 듯 하다. 두 단체의 출범식에 모두 참여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이 뉴라이트 세력을 잠재적 제휴 파트너로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뉴라이트 진영은 정치권과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것에 거리를 둔다. 더욱이 “문화전통을 자유주의와 접합시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의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대로만 활동한다면 공허한 이념대결이나 색깔론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하지만 출범 첫 머리부터 “좌편향 정권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이들이 과연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날지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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