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사람’. 급변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기호 변화를 재빨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흐름에 편승하고 있는 사람보다, 흐름이 발생된 원인을 밝혀 또 다른 흐름을 예상해내는 사람이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SBS 드라마 ‘루루공주’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김정은이 자신의 팬 카페에 “더 이상 드라마를 못 찍겠다”는 심경을 고백했다. 이유는 지나친 간접광고로 인한 억지스러운 줄거리 전개, 대본이 늦게 나와 대사를 외울 시간조차 촉박한 빡빡한 촬영스케줄 등이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드라마로 복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20개도 넘는 간접광고로 도배된 ‘루루공주’는 한국 드라마의 최악이라는 평가 앞에서 묵묵할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 간접광고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행법상 외주프로덕션이 제작하는 드라마에만 간접광고가 허용되고 있지만, 요즘처럼 대부분의 드라마를 외주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때에 ‘한 드라마에서 3개는 기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간접광고가 일반화된 추세다. 주어진 제작비로는 인기 출연자의 출연료를 충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간접광고는 제작사와 협찬사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지나친 간접광고는 드라마 흐름 자체를 방해해 질 저하를 낳는다. 결국 시청자들은 70분짜리 ‘광고’를 보는 셈이다.
▲방송위원회에서 연내에 방송광고제도 정책개선안 방향을 마련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쟁점은 가상광고, 간접광고, 중간광고 등에 대한 허용여부이다. 이에 대해 시청률을 자극해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기며, 지상파방송사만 유리한 정책이라는 일각의 비판 여론이 높다. 하지만 방송위는 “시대 흐름에 맞는 전향적 검토”라는 모호한 대답만을 남기고 있다. 방송위가 우리나라 광고계와 시청자의 전반적인 흐름을 꿰뚫어 보는 시야를 갖추고 있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