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사박물관에서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쟁과 평화’ 등의 친필원고를 비롯해 축음기, 육성테이프 등 유물 600여점이 함께 전시됐다. 때문에 이번 전시회는 그와 그의 작품, 그리고 문학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1828년 야스나야 폴랴나(‘숲 속의 밝은 빈터’라는 뜻의 지명)에서 백작 가문의 넷째 아들로 출생했다. 톨스토이의 작가로서 명성은 1852년 ‘유년 시대’를 발표하면서 시작돼 그 유명한 ‘전쟁과 평화’를 1869년에 완성했다. 또한 1877년에는 ‘안나 카레니나’를, 1886년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등의 단편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출판된 톨스토이 전집이 90권임을 감안할 때 여기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매우 일부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문학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는 법대를 졸업하고 법원에서 근무를 시작해 공소원 판사로 근무를 하다가 45세의 일기로 죽는다. 이반 일리치는 삼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그 집안에서는 수재라고 불렀다. 그는 장남처럼 고지식하고 냉정한 인간도 아니었으며, 또한 삼남처럼 주책없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는 꼭 중간으로 영리하고 활기가 있으며 사교성이 있고 또한 예의바른 인물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관 또한 흥미롭다. 소년시절에도, 또한 후일에 어른이 된 후에도, 절대로 남에게 아첨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 대신 어릴 때부터, 마치 파리가 빛을 따라 모여들 듯이 세상에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진급, 권력, 남들이 다 기르는 턱수염 기르기, 트럼프놀이, 사교춤 등에서 결코 남에게 뒤지지도 않았지만, 남들에 앞서가지도 않았다. 성공도 하고, 아이도 낳고, 친구관계도 좋고, 부도 필요한 만큼 축적하고 건강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사소한 병이 걸리는데 이것을 너무도 가볍게 여겨 치료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결과 그 병이 악화되어 죽는다는 것이다.
독자에게 감명을 주는 것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반 일리치의 평범한 인생이 아니라 그의 죽음이다. 인간에게 죽음이란 지극히 보편적인 일이지만 산 사람들은 자신의 엄연한 죽음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 산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죽은 것은 내가 아니고 그 사람이어서 참 다행이었구나!” 그리고 난 후 “죽은 사람이 참 안 되었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소시민적 근성에 무의식적으로 젖어드는 우리 젊은 지성들이 언제가 다가올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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