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내신등급제’반대를 외치며 입시경쟁에 희생된 자살학생의 추모제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 중간고사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구체적인 전형요강을 내놓지 않아 대입준비를 ‘숨은그림찾기’로 만든 교육당국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우관계를 쌓아야 하는 청소년기에 같은 반 친구에게 노트 하나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 도입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2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성적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 당국은 한번으로 마무리되는 수능의 부담을 열두 번으로 나눠 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열두 번으로 나누기는커녕 열두 배로 늘리는 꼴이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객관식 문제와 암기식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향상시키는 교육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입제도가 계속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이러한 점을 보강하고 대학에서 더 깊은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방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 중심은 학생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전제 아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교 수업은 지식이나 인성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대학가기 위한 성적을 얻기 위해 밟는 절차일 뿐이다. 대입제도 또한 이러한 고등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한 성적순 선발일뿐이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물건처럼 점수 매기는 시장터 같은 교육제도, 자주 바뀌는 교육부의 정책을 학생들은 원하고 있지 않다.
조만간 여러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입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학교도 2008학년도 입시안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대학자율화가 많이 반영된 만큼 대학입장에서 손쉬운 선발위주가 아닌 고등학생들이 맘놓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한번 더 고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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