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수준 높은 강의는 전적으로 교수에게 달렸다. 하지만 교수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요구하려면 무엇보다도 학생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의 자격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과연 강의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다.
고려 시대 지눌스님은 강의 듣는 자의 마음자세를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횃불을 들고 가는 죄인을 만났을 때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불빛까지 받지 않는다면 구렁에 떨어질 것이다. 법문을 들을 때는 얇은 얼음을 밟듯 조심하여 반드시 귀와 눈을 기울여서 들어야 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그 깊은 뜻을 음미하라. 법문이 끝나면 고요히 앉아 생각하되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데가 있으면 반드시 선배에게 물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 생각하고 물어서 털끝만치라도 오류를 품지 않도록 하라.(계초심학인문)
교수(강사)의 품성을 따지기 이전에 그가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서둘러 고스란히 받아내라. 그 한 과목을 수강하기를 마치 얇은 얼음장을 밟고 건너야 저편 언덕에 도착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그만큼 진지하고 신중하라는 뜻이다. 강의시간만큼은 온 신경을 교수에게 집중하자. 문자메시지 확인은 강의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선배는 다양한 사례가 담긴 생생한 도서관이다. 자기가 괴롭힐 선배 한 사람은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꾸만 물어서 자기가 선택한 강좌에 관한한 조금이라도 흐릿한 부분이 없도록 하자. 학생이 이러할진대 무능하고 게으른 교수가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이 미 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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