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교정의 은행나무 잎이 너무나도 아름답더니 한 잎 한 잎 떨어져 이젠 가지만 앙상해져 간다. 짙푸른 녹색을 띄고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싱그러움을 주었던 나무 잎이 노란 황금색으로 변해 아름다움을 뽐내다 마치 할 일을 다 한듯 떨어져 사라져가고 있다. 생겨난 것은 반드시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저 떨어지는 은행잎들을 보면서 마음이 싸해지는 건 중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범부의 정 때문인가.
올해 한 해, 저 은행잎은 나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주었다. 늘 싱그러움으로 힘을 주었고, 주변의 여러 모습과 어우러져 우리학교 교정 참 예쁘다하며 미소 짓게 했다. 아무런 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늘 바라보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이뤄 놓은 성과 없이 바쁘기만 했던 난 올해 내 주변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편안함을 주었을까?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준 적은 있었던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 내 놓으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달래주라는 붓다의 ‘자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내 소중한 인연들에게 조그마한 기쁨이라도 느끼게 해 준적은 있었던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함이 생각난다. 포근한 옷, 따뜻한 물, 편안한 말 … 따뜻하고 편안함은 나를 아늑하게 한다. 모두가 그렇겠지. 옷깃만 스쳐도 오백생의 인연이 모인 거라는 그 깊고 깊은 내 인연의 모음들 … 내 마음부터 따뜻함으로 채우자. 그래서 따뜻한 말과 편안한 미소로 그들을 대해보자. 저 나무가 그러하듯 바라지 말고 해보자. 모든 걸, 하루 종일 다 해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한 개씩만이라도 해보자. 그래서 그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보자.

종호 스님
불교대학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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