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거칠게 돌아가는 이 세상.
선의의 경쟁이건 목숨을 빼앗는 불의의 것이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다툼과 화해가 두 개의 큰 축이 되어 지금까지 흘러왔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다툼을 하나하나 다스리기 어려워 인품이 걸출한 이를 선발하여 지도자로 두었고, 그는 사람들을 대신해 악한 이를 벌주고 곡식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게 된 것이 인간 사회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기원경).
아이들의 놀이터에서부터 하나의 가정,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세상 어느 곳에서나 지도자는 필요하게 마련이다.
스님들을 위한 좋은 가르침을 담은 <선림보훈>에서는 총림을 다스리는 지도자(주지)에게 이러한 덕목을 요구하고 있다.
“어짊(仁)과 총명(明)과 용기(勇)를 갖추어야 주지를 할 자격이 있다. 어진 자는 도덕을 행하여 교화를 일으키고 상하를 편안하게 하여 오가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총명한 사람은 예의를 지키고 안위를 식별하며 훌륭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살피고 시비를 분별한다. 용기 있는 사람은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하고, 한번 했으면 의심하지 않으며 간사하고 아첨하는 이를 반드시 제거한다. 이 세 가지를 다 갖추면 총림이 일어나고, 하나가 모자라면 기울 것이며, 두 가지가 부족하면 위태롭고, 셋 중에 하나도 없으면 주지의 도는 폐지될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종교계와 상아탑의 수장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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