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요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일갈(一喝)하여 꾸짖는 말씀인 듯하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모두가 남 비난하기에 바쁘다. 도청(盜聽)이니 떡값이니 하는 말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거래하느라고 저지른 일이다. 기업하기 어렵다고 해서 돈 거저 빌려주고 세금 깎아주었더니 엉뚱한데 갖다 쓰고 빼돌려 챙기고…. 나쁜 짓 하고도 오히려 당당히 고개를 들고 호통을 치고 협박까지 한다.
추악한 과거는 숨기기에 바쁘고 제 이익 챙기느라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은 아는지 모르는지 관심도 없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사람 속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잠시 눈을 돌려 겸손하게 가을 들녘을 바라보자. 과실들이 제 몸을 살찌우고 씨앗이 영글어간다. 열매는 전생에 꽃들이 자태와 향기로 벌 나비를 초청하여 융숭히 대접한 덕을 입었다. 벌 나비들은 꽃술을 발로 차고 날개에 묻혀 화분을 옮겨 꽃들을 도왔고, 그들도 꿀을 빨아 생명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먹일 양식까지 넉넉히 준비해 두었으니, 이 또한 열매의 풍성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벌 나비는 부족함 없이 맘껏 이익을 챙겼고, 꽃은 벌 나비에게 크게 보시하고도 풍성한 열매를 얻었으니 참으로 상생(相生)의 삶이다.
“꽃의 빛깔과 향기를 해치지 않고 그 꿀만을 따 가는 꿀벌처럼 성자(聖者)는 행각(行脚)하신다.”《본생경 바수나품》
자연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촉구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남 보기에 어떨까를 헤아려 남부끄러운 줄 알고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을 돌이켜 제 부끄러운 줄 아는 눈 밝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라야 꽃과 벌 나비 부끄럽지 않으리라.
이 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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