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서로 비방하고 헐뜯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말이 많으면 많다고 비방하고 말을 더듬으면 더듬는다고 비방하며, 중간쯤이면 중간이라 비방한다. 세상에는 비방거리 아닌 것이 없다.”《출요경 권16》
세상 사람들 요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일갈(一喝)하여 꾸짖는 말씀인 듯하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모두가 남 비난하기에 바쁘다. 도청(盜聽)이니 떡값이니 하는 말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거래하느라고 저지른 일이다. 기업하기 어렵다고 해서 돈 거저 빌려주고 세금 깎아주었더니 엉뚱한데 갖다 쓰고 빼돌려 챙기고…. 나쁜 짓 하고도 오히려 당당히 고개를 들고 호통을 치고 협박까지 한다.
추악한 과거는 숨기기에 바쁘고 제 이익 챙기느라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은 아는지 모르는지 관심도 없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사람 속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잠시 눈을 돌려 겸손하게 가을 들녘을 바라보자. 과실들이 제 몸을 살찌우고 씨앗이 영글어간다. 열매는 전생에 꽃들이 자태와 향기로 벌 나비를 초청하여 융숭히 대접한 덕을 입었다. 벌 나비들은 꽃술을 발로 차고 날개에 묻혀 화분을 옮겨 꽃들을 도왔고, 그들도 꿀을 빨아 생명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먹일 양식까지 넉넉히 준비해 두었으니, 이 또한 열매의 풍성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벌 나비는 부족함 없이 맘껏 이익을 챙겼고, 꽃은 벌 나비에게 크게 보시하고도 풍성한 열매를 얻었으니 참으로 상생(相生)의 삶이다.
“꽃의 빛깔과 향기를 해치지 않고 그 꿀만을 따 가는 꿀벌처럼 성자(聖者)는 행각(行脚)하신다.”《본생경 바수나품》
자연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촉구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남 보기에 어떨까를 헤아려 남부끄러운 줄 알고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을 돌이켜 제 부끄러운 줄 아는 눈 밝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라야 꽃과 벌 나비 부끄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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