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무역개방 논리에 따라 시작된 저가의 수입농산물 유입 등은 우리 농어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도시민들이 자기 삶에 바빠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새 우리의 논과 밭은 점점 주인없이 버려져갔고, 무분별한 개발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를 증진시키고 도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제1회 농산어촌체험박람회 - 2005도·농교류 페스티벌’이 열렸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 400여 평 규모의 전북 고창 보리밭이 옮겨져 왔으며, 아스팔트만을 걷는 아이들이 맨발로 흙을 밟으며 흙장난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야외에서 직접 담가보는 순창고추장, 인절미·두부·막국수 만들기, 승마체험 등 일상 생활 속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문화·정보 어우러져

농림부가 주최하고 도·농교류센터가 주관, 문화관광부, 산림청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도시에서만 살아 농어촌을 경험하기 힘든 도시민들에게 잊혀져가는 농어촌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도·농교류를 확대하고,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제1전시관에는 전국 50여개 마을이 참가해 각자의 특성을 살려 간이 마을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종 이벤트를 활용해 관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제2전시관에는 이 행사와 함께 ‘제15회 우리꽃 박람회’가 열려 한국의 자생식물이 전시됐다. 제3전시관에는 농산어촌의 정보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코너들이 마련됐다.
도자기로 유명한 여주 ‘부래미 마을’에서 온 유준희(24) 군은 “도자기공예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마을에서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마을의 특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통연희극 △마술공연 △임꺽정공연 △도전! 고향사랑 골든벨 등의 공연을 통해 관람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한 귀농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이 진행됐으며 행사 셋째날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농교류 촉진방안’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도 개최됐다.

도시 속 농촌을 반기는 사람들

서울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이러한 행사에 관람객들도 즐거운 표정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농어촌체험을 해주기 위해 가족단위의 관람이 많았다. 행사장을 둘러본 찬희(6) 가족은 “이번 행사에서 접한 정보를 가지고 이번 여름방학 때 직접 농촌을 체험하러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람회 개최 소식을 듣고 찾아온 대학생들도 많다. 환경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보미(21) 양은 “전시회를 본 뒤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과제 때문에 왔다”며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꾸려진 것 같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유미(삼육대 환경디자인2) 양은 “서울에서 한국의 자생화를 접하기 힘든데 이러한 행사 덕분에 학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숙한 점 개선 모색해야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먼저 행사를 너무 크게 개최하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연이나 이벤트가 많아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게다가 유료체험이 많아 관람객의 부담을 자아냈고, 체험 또한 명목상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와 함께 관람을 온 이계령(서울 일원동) 씨는 “행사 개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생각보다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아직은 각자 홍보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이들도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온 장승조각가 김종흥 씨는 농어촌 체험박람회임에도 불구하고 행사부스가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다른 부스들과는 차별적으로 원두막 옆에 직접깎은 장승을 여럿 세워놓고 새끼줄을 묶어놓아,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 수 있도록 해 호응을 얻었다.
요즘 농촌 사람들은 힘들어한다. 산촌, 어촌에 삶의 터전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생활의 어려움에 허덕인다. 산더미만큼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생활의 터전인 논과 밭,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우리 농어민들에게 이러한 행사의 개최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유지해가느냐, 얼마나 더 많은 농어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는 남은 숙제이다. 다음해에는 보다 더 농어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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