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두 개의 본업이 있다. 휘민이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본업과 박옥순이라는 본명으로 마주하는 강사로서의 본업. 어느새 시인으로 22년, 강사로 12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모두 잘 해내고 싶은 욕심과 달리 창작과 강의, 그리고 연구를 병행하는 일이 점점 버거워진다. 시에서 논문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우뇌형 인간은 가끔 이런 자조 섞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작품은 일 년에 십수 편을 발표하지만 논문은 한 편 쓰기도 바쁘다. 시집이 나 동화집을 출간하는 해에는 건너뛰기도 한다. 그렇다고 연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
교육부는 1월 26일 ‘2023년 인문사회·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원금은 총 9,556억 원으로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에 4천 172억 원,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에 5천 384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약 5%인 452억 원이 증가했으며 지원 과제 수도 약 4% 증가한 19,925개이다.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은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과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대학’ 사업을 새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학술·연구 초기 단계의 비전임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한반도 이해관계자들은 대체로 북한을 다면적으로 파악하기를 포기했다. 북한과 평화 관련 문제는 ‘정치적 신념’의 영역에서 다뤄져 양자택일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종용한다. 분단은 우리 삶에 여전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한반도 문제를 이미 종결된 것 내지는 무관심해도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분단 상황은 체제로 고착돼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과 긴밀히 작용한다. 분단 상황과 북한의 언행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이 형성된 과정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지 않
아몰퍼스 도서관을 하나 상상한다. 이 도서관은 지금 내가 앉아있는 도서관 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믿지 않으면 도서관을 상상할 필요가 없지. 지금 내가 앉아있는 도서관이 더 중요하다면. 내가 도서관을 상상하는 대신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을 펼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나 지금 나는 내 상상 속 도서관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앉아있던 도서관에 불 질렀다면. 방화범 되었다면.그럼 벌 받아야지.그래서 벌 받았다. 감옥에서.벌 받으면서, 상상 속 도서관에서 도서관 하나를 다시 상상했다.*시간이 흐르고 감옥에서 석방된 뒤,나는 도서관에 불
우리는 2016년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바둑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기억한다.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프로바둑의 최정상에 있던 이세돌 구단과의 대결에서 압승했다. 이 대결에서 부분적이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의 로봇청소기, 음식점과 인천공항의 다양한 로봇 서비스, 자율주행자동차 등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사
코로나19로 대학생들의 전자자료 이용건수가 전년 대비 47% 가량 증가했다. 도서관 자료 이용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발표한 2022년 대학도서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1인당 상용DB(전자자료 데이터베이스) 이용 건수는 2021년 277.1건에서 2022년 407.2건으로 대폭 늘었다. 일반 도서 대출은 2018년에는 1인당 4.6권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2021년에 2.3권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2.5권으로 소폭 상승했다. 재학생 1인당 상용DB(전자자료 데
동국대 물리체반도과학과 임현식 연구팀이 새로운 양자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양자 물질은 1990년대에 발견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의 특성을 띠며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구름이 응축돼 만들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은규, 신상진 한양대 교수, 성균관대 정연욱 교수와 함께한 이번 연구는 양자컴퓨터 소자관련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신호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구팀은 특이한 신호를 소자나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물질로 보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
지난 12월 교육부는 기술혁신을 이끌 신기술 분야의 고급 인재양성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3학년도 반도체 등 첨단분야 석·박사 1,303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미래 산업의 핵심인 고급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기존에는 4대 요건(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대학원 정원 확대가 가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의 후속 조치로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해도 정원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해외 취재가 3년 만에 재개됐다. 대상 국가로 선정된 곳은 오세아니아 대륙의 호주로, 9일부터 19일까지 멜버른과 시드니에 머물렀다. 출국 전까지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컸다. 동국대학원신문의 첫 해외 취재였기 때문에 기대나 설렘보다는 불안이 더 컸던 것 같다. 10시간이 넘는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한 호주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였다. 자외선이 강했지만 습하지 않아서 산뜻했다. 두꺼운 외투가 아닌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다닐 수 있어 몸이 가벼웠다. 공항 안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
우리대학은 지난달 24일 인도 비하르(Bihar)주 나란다(Nalanda) 지역의 라즈기르(Rajgir)에 위치한 나란다대학(Nalanda University)과 학술교류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나란다대학은 5세기부터 12세기까지 지속된 세계 최초 불교종합대학인 고대 나란다 승원을 계승한다. 2010년 인도 국회가 나란다대학법을 제정하며 승원 복원 작업이 본격화됐고, 불교계를 비롯한 국내외의 지원이 이어지며 2014년 9월 공립대학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 기관은 ▲학생·교수·연구자 교류 ▲공동 교육·연구,
우리대학은 지난 2월 16일 2023년 봄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학위 수여 인원은 학사 2,234명, 석사 671명, 박사 127명 등 총 3,032명이다. 이번 학위수여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최된 두 번째 대면 학위수여식으로, 1월 30일 자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1단계로 조정된 덕분에 3년 만에 자유로운 마스크 착용이 가능해졌다. 본관 중강당에서 진행된 공식 행사는 ▲개식 ▲내빈소개 ▲삼귀의례 ▲국민의례 ▲학사보고 ▲총장 식사 ▲이사장 치사 ▲총동창회장 축사 ▲공로상 수여 ▲학위 수여 ▲교가제창 ▲사홍서원 ▲폐식
지난 2월 2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이 학술연구자를 위해 옥스퍼드 저널과 월스트리트 저널을 포함한 총 8종의 학술 전자 자료 데이터베이스 이용권(이하 ‘대학 라이선스’)을 신규로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제공되던 뉴욕 타임즈 등을 포함해 매거진, 일간지, 전자책 등 다양한 학술 자료 총 55종이 대학 라이선스 서비스로 제공될 계획이다. KERIS와 함께 대학 라이선스 사업에 참여한 대학 연구자들은 학술연구정보서비스 누리집과 대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24시간 언제든 구매한 자료를 이용할 수
우리대학이 ‘2023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2월 7일 우리대학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일반분야 주관기관으로 동국대가 최종 선정됐음을 밝혔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들의 원활한 창업 사업화를 위한 자금과 비즈니스모델 고도화 및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멘토링과 창업교육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대학은 예비창업자 32개 팀을 선발해 매년 21억 8000만 원씩, 4년간 총 사업비 87.2억원으로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김종필 동국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치매에 새로운 원인이 되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특이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제시해 새로운 세포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단일 세포 전사체 프로파일링 분석이라는 최신 시스템 생화학 기술을 활용해 치매 질환 특이적인 희소돌기아교세포와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줄기세포(Oligodendrocyte progenitor cells)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해당 세포를 치매질환 특이 희소돌기아교세포 (DAO, Disease associated o
종이 신문이 죽었다. 더이상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풍경도 대학 신문의 종명과 함께 변했다. 갓 발행된 학보의 촉감을 느끼고자 아수라장에 뻗어지는 손, 분주히 움직이는 눈썹의 무리와 반짝이는 언어가. 대학에서 사라졌다. 학보는 언제부턴가 생동하는 일상이 아닌 빛바랜 잔상 정도로 추억되기 시작했고, 종이 신문의 빈자리는 온라인 매체가 대체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쇠퇴는 대학원신문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대학원신문을 꾸준히 발행하는 대학은 우리대학과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정도로 드물고, 잘 읽히지 않는 종
지난주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아쉬운 결말로 끝이 났다. ‘일타 스캔들’은 대입 일타 강사와 그와 대조되는 반찬가게 사장이 사교육 전쟁터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사회에 깊은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일타 스캔들’에서는 ‘의대’라는 목표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학생들은 이를 맹목적으로 욕망한다. 출신 고등학교를 기재한 과잠을 만든다던지,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 타임’에서 오가는 끊임없는 ‘편 가르기’를 통한 순위 매기기가 어디서 왔는지, 결국 이러한 경향이 대학가에도 연
3월 15일 동국대학교 본관 중강당에서 제20대 윤재웅 총장 취임식이 거행됐다. 윤재웅 총장은 1985년 우리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1987년과 1996년에 국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 총장은 2003년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전략홍보실장, 사범대학·교육대학원장, 다르마칼리지 학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대학과 45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대학 구성원과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며 ‘MSM(Morning 7 Meeting)’이라는 정기적인 의사소통의 장을 마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반드시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생각한다. 그의 작품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묘사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된 말은 ‘무한’이다. 어째서일까? 그에게 도서관은 우주의 이름이자 무한한 곳, 끝없는 곳, ‘영원히’ 존속되는 곳이다. 천국이라니. 우주라니. 어쩐지 앞으로 도서관을 상상하는 일의 규모가 조금 커질 것만 같다. 도서관을 떠올리면 언제나 책들이 꽂혀 있는 빼곡한 책장, 쌓여 있는 책들, 책장을 넘겨 가며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그려지곤 했다. 책등을 만져가며 책을 고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