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마포구의 붓카케우동 전문점 에서는 인원 수에 맞게 메뉴를 시킬 경우 면을 얼마든지 리필해준다 배가 불렀지만 세 번째 리필을 시켰고 결국 다 먹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자 집에 싸가서 간장을 뿌려 먹으면 끝까지 즐기고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또한 들었다 점원이 비닐봉지를 든 내 손목을 붙잡았고 나는 붙잡을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안이 너무 더워서 밖에서 먹으려는 거예요, 그러자 점원, 문을 활짝 열어주며, 그럼 이 앞에서 드셔보시라고 좋지…… 그런데 마을버스 정거장 이름은 누가
예능 의 가장 큰 포맷은 무작위성에 있다. 출연자들이 놓여질 환경과 다음 행동은 동전 던지기로 모두 결정된다. 이 동전 던지기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인간의 선택이 과연 주체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선택의 총체성을 상징하는 환경은 정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지, 사회적으로 약속된 무의식적인 선택으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상황 자체가 태어날 때 그저 펼쳐진 것인지에 관해 사유하게 한다. 특히 홍김동전 15, 16화의 수저게임은 고정된 상황에서 시작된 무작위와 행동
동생과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동생도 나도 한국 바깥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처음이었다. 당연하고 익숙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일본으로의 여행을 결정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도시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나는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오래된 질서, 내가 내 몸에 기입한 그 질서로부터 얼마간은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오랜 시간 나를 운용해 온 질서와 규칙을 따르지 않고. 걷고 먹고 마시고 눕고 잠을 자는 이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을 익숙한 공간 바깥에서 제멋대로
최근 미디어에서 외국인을 희화화하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불편하게 바라보지 않는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위켄 업데이트’ 코너에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이자 아이돌 지망생 겸 리포트인 응웨이(배우 윤가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해당 코너는 응웨이가 한국인 앵커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응웨이라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응웨이는 꽃무늬 원피스 위에 노란 자켓을 걸치고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리포트를 진행한다. 그는 리포팅 도중 SNS 챌
뜬금없지만 필자의 애청곡을 소개해볼까한다. 이소라의 ‘Track 9’이다. 다음은 가사의 일부다.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Track 9의 가사를 들어보면 ‘인생무상’이 묻어난다. 어릴 적 우리는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언가 헛헛하고 서운하다. 이 땅에 던져지듯태어나, 세상의 흐름에
작년 여름, 섬에서 물에 뜨는 법을 배웠다. “온몸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기면 돼.” 뜨는 법을 가르쳐 준 친구는 말했다. 1) 온몸에힘을 빼고. 2) 물에 몸을 맡기기. 첫 단계서부터 어려웠다. 몸에서 힘이 빠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물속에서 수직으로 꼿꼿이 선 몸을 자꾸만 눕히려 시도하며 거듭 중얼거렸다. 힘을 빼자. 힘을 빼자…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몸에 힘이 실렸다.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비우고 눕듯이 몸을 가볍게 띄워야 했는데 생각을 비우는 일이 문제였다. 물에 뜨고 싶었던 그 순간뿐 아니더라도 내게 생각을
‘코로나세대’의 학습 결손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력 격차가 심해져 사교육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초·중·고등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그 기사의 중심 논지였다. 사교육 시장과 코로나19의 상관성을 정치하게 분석한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그보다 더 내 눈길을 끈 것은 ‘코로나 세대’라는 신조어였다. ‘OO세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시대에 코로나세대는 정확히 어떤 세대를 가리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정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변에는 ‘소양강 처녀상’으로 불리는 7M에 달하는 동상이 있다. 2005년 춘천시가 국민 애창곡으로 꼽히는 트로트 대중가요 (1969)를 기념하면서 소양강 홍보 효과를 위해 건립한 이 동상은 소양강 풍경과 조화를 이룬 대중문화 기념물이기도 하다. 10여 년 후인 2017년, 그 동상과 그리 멀지 않은 소양강변에 또 다른 동상이 건립되어 사진 찍기 배경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년간 공사 기간을 거쳐 조성된 문화공원에 등장한 이 동상은 ‘마릴린 먼로 in 인제’라는 작품명을 갖고 있지만, 속칭 ‘소양
번역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근사한 책이 나왔다. 인류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애나 칭의 책이다.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만 보면 조금 아리송하기도 하다. 버섯과 ‘자본주의의 폐허’, 그리고 ‘삶의 가능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버섯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글쓰기, 심지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저자는 작고 미묘한 사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버섯을 이해하
이 영화는 가장 편안한 장소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펼쳐지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한정된 장소인 부부의 “집”에서 벌어지고 그들은 서로를 치열하게 대치하고 대면한다. 공포를 비롯하는 상대방에게서 도망가는 법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지만, 이 점에서 보면 절절한 로맨스 영화기도 한 셈이다. 영화는 여러 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성은 다소 천연덕스럽다. 공포 장르에서 묘사할 수 있는 끔찍한 모습을 수진의 반응으로만 대체하고 간단히 지나가 버린다. 수진의 반려견이 죽는 사고로 수진이 얼마나 불안
지금 우리나라 풍경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식도락을 추구하는 것 같다. TV나 SNS의 맛집탐방프로그램과 먹방의 영향일까. 심지어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기호식품까지 퍼져 고가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탐닉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구매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한다. ‘내 돈 써서 내가 즐긴다는데 뭐가 문제야?’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다 태어난 인생 길어야 100년 사는 동안 사회가 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마음대로 살 권리는 있으니까. 그러나 티클 모아 태산이라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마음대로 먹고 마시
잦은 이동과 하염없는 변화, 그리고 허물어지는 경계 속에 서 있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혼종성’은 더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혼종이라는 단어를 마주한 우리의 태도는 양가적이다. 하나는 단일성(單一性)의 상실을 열등함과 불결함으로 판단하는 시각일 테고, 다른 하나는 이종(異種)의 결합으로 잉태된 다양성과 새로움을 긍정하는 인식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혼종을 인식하는 방법은 둘 중 어떤 것에 가까운가. 아마 혼종을 ‘순혈(純血)의 오염’으로 보는 전자가 일반적일 것이다. 논문의 저자는 한국인이 ‘혼혈(혼종)’이라는 단
“불교는 무신론에 가까운 유신론입니다.” 지난 여름 조계종에서 만난 한 스님이 해준 한 마디가 이번 여름의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스님은 다른 종교인들과의 만남에서 불교의 특성을 설명할 때면 이 문장으로 답한다고 한다. 내가 스님의 의도대로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불심의 상당 부분의 근거도 이 문장에 배어 있다. 불교의 역사에서 다른 종교에서 발생한 논란·논쟁이 없는 주제 중 하나가 우상숭배이다. 사전에 따르면 우상숭배는 “신 이외의 사람이나 물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하는 일”을 의미한다. 즉, 종교가 성립되기 위한
지난 8월 30일, 우리대학은 한국화웨이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발전 및 인재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국내 ICT 분야의 발전과 인재양성을 골자로 한다. 양 기관은 우리대학에서 한국 ICT 인재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한국화웨이의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인 ‘화웨이 ICT 아카데미(Huawei ICT Academy)’를 통한 기술 분야 강의 무료 제공 ▲ICT 전공 동국대 학생 대상 화웨이 기업, 기술 및 사업 전략 특강 ▲선발한 우수 학생 대상 화웨이 중국 본사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R&D 예산 삭감 철회와 대학원생 연구원을 위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 6일 발표했다. 성명 내용으로는 연구기관의 안정적 연구를 위한 공적 지원, 학생연구원의 불안정한 임금 체계 개선 제도 마련, 학술 역량 제고 방안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대학원생노동조합측은 “위로부터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는 비정규직이자 외부인력인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이다”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총체적인 R&D 예산 삭감은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의 경제적 여건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 운영 규제가 27년만에 대폭 완화된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 설립을 위해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으며, 해당 요건들은 대학 설립 이후 학교(법인)의 실적을 평가하고 학과 신설, 정원의 증원, 통·폐합, 재산처분 등 대학의 운영 활동시 적용돼 왔다. 해당 규정은 1996년 제정된 이후 45차례 개정됐으나 부분 개정만으로는
지난 8월 24일, 2023년 가을 학위수여식이 개최됐다. 학위 수여 인원은 학사 1,135명, 석사 633명, 박사 112명 등 총 1,880명이다. 이번 학위수여식은 사전 행사와 공식 행사 및 부대 행사로 나눠 진행됐으며 공식 행사는 ▲개식 ▲삼귀의례 ▲국민의례 ▲내빈소개 ▲학사보고 ▲총장 식사 ▲이사장 치사 ▲총동창회장 축사 ▲공로상 수여 ▲대표자 학위 수여 ▲교가제창 ▲사홍서원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일반 박사학위 수여식 및 학·석·박사 대표자 학위수여식은 우리대학 본관 3층 중강당에서 개최됐으며 졸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
지난 6일 우리대학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이진우 교수와 서울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가 참여해 출판한 논문이 2022년 국제학술지 Nanoscale Horizons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Nanoscale Horizons (IF: 9.7)는 나노공학 분야 국제학술지로 2022년 총 140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Nanoscale Horizons 편집위원회는 동국대, 서울대, KAIST, 일본 동경대,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해 2022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했다. 연구팀은 열대지방에 나비종인 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