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리니 연구팀 쥐 실험과 실험 설계 비판부터 병충해 저항성 작물 개발과 슈퍼박테리아 발생, GM 연어 승인과 표시제, 종자 주권과 특허 분쟁, 생명 윤리와 기아 문제, GMO 반대론자 마크 라이너스의 전향까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를 둘러싼 다양한 프레임은 사람에게 굉장한 피로감을 주는 주제다. 심지어 ‘유전자 조작’이라는 주제가 언뜻 보기에 틀린 것처럼 보여 공부하기 시작했다가 찬성론자로 전향하는 경우도 꽤 목격된다. 이는 아마도 사회적 명망가의 발언과 과학적 검증 결과를 제시하며 가시
지허 스님이 1962-63년경에 쓴 ‘선방일기’에 '병든 스님‘이야기가 있습니다.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 몸이 약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선방에서 버티던 스님이다. 어제저녁부터 각혈이 시작되었다. 부득이 떠나야만 한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처소이기 때문이다. 각혈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의 스님이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체념뿐이다. (……) 눈 속에
4차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한 대선 후보는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하여 자신을 선출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는 막연한 궁금증과 두려움 속에서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의 삶속에 수많은 형태의 정보화기기, 센서, 제어기들이 초연결 구조를 만들어 데이터를 공유하고, 클라우드의 서버 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활용하여 복잡한 상황에 대한 분석 및 판단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판단을 기반으로 실제 제어 및 통제를 다시 정보화기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자는 논의는 주로 동물을 음식으로 먹는 것에 집중된다. 육식의 비윤리성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보여 줄 수 있다. 육식이 주는 손해는 아주 크지만 거기서 얻는 이득은 아주 사소한 것이고 대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육식을 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생명을 빼앗아야 하고, 요즘처럼 고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밀집 사육해야 한다. 육식이 주는 이익은 고기를 씹을 때의 입맛인데 이는 동물이 겪는 고통과 죽음이 주는 손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다. 육식이 주는 영양은 채식으로도 얼마든지 대체할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과학자가 재판정에 피고로 서 있다. 검사가 연구 과정을 의심하는 질문을 하니 과학자는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슬쩍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연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과학은 객관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조작하거나 발뺌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술은 다르다. 특히 돈이 되는 기술이라면 다르고, 게다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그 기술을 탐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의 1900년대 초반은 라디오의 개발이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올해 초, “집안을 관리하는 간단한 인공지능 (AI) 시스템 구축이 새해 목표”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어 조명이나 난방을 조정하고, 본인과 친구들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등의 일을하는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사용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공지능 가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 중”이라며 “다음 달에는 데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랑했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아쉽게도 그가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자기 집을 공개했다는 소식은 아직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여름. 그중 강원도 속초만큼 뜨거웠던 곳이 또 있었을까? 한동안 속초행 열차표는 매진 행렬이었다. 한국에서는 속초 근방에서만 나타난다는 포켓몬스터 때문이었다. 포켓몬스터는 90년대 일본에서 나온 게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만화 속 포켓몬스터가 2016년 여름, 강원도 속초 낙산사 정자 위에 등장한 것이다. 올해 7월 나이언틱사는 ‘포켓몬 GO’ 게임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게임으로, 주변을 카메라로 비추면 가상의 포켓몬스터가 보인다. 이때 ‘몬스터볼’이라는 통을 던져 포켓몬스터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순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도 너무 막대하면 반발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렁이를 밟으면 정말 꿈틀댈 것이다. 물론 지렁이가 불쾌해서 몸을 비트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그런데 지렁이는 밟힐 때 고통이나 두려움을 느낄까. 아니면 그저 몸의 신경회로에 저장돼 있는 반사반응일 뿐일까. 만일 전자라면 우린 지렁이가 의식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의 정의를 너무 폭넓게 규정한 것 아닌가?’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의식의 가장 고등 영역인 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입에 한 번 올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구글의 바둑두는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 덕분이다. 알파고 충격 이후 컴퓨터 과학자들 사이에서만 주로 논의 돼왔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바둑 프로그램들은 컴퓨터가 어떤 수를 둘 것인지 인간이 알고리즘으로 정해놓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한다. 그 많은 경우의 수에 맞게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경 세계 인구가 약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여 현재의 2배 정도 식량 소요가 예측됨에 따라 미래 대체 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하였다. 곤충은 가축에 비해 사육 면적이 좁아 높은 토지 이용 효율을 보이고, 한 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알을 낳으며, 1년에 여러 번 세대가 순환되므로 빠른 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1kg 생산 시 필요한 사료가 육류에 비해 매우 적고, 고단백·고불포화지방산 등으로 영양적 가치가 높다는 장점이 있어 FAO는 미래 식량으로 곤충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적인
세상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얼마나 될까? 우리에게는 일상화된 인터넷이지만 실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60%나 된다. 약 43억 명의 지구인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이 이들 43억 명의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구글의 이 야심찬 계획이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다.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지역은 오지이거나 가난한 나라이다. 이런 지역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본성이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위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중국, 일본, 유럽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살펴보곤 한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버릇은 개인적으로는 그릇된 방식의 자존감을 키울 수도 있지만, 학문의 세계에서 비교는 관찰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생물학의 기초가 되는 계통 분류는 다양한 생명체의 특성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여 이루어낼 수 있었던 성과이다. 왜 화성인가? 왜 천문학자들은
마음에 대한 과학이 가능할까? 과학이 확실한 앎에 대한 가장 성공적인 접근방법이라면, 그리고 마음에 대한 앎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마음의 과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세기 후반 분트 등의 실험심리학이 바로 그러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는 곧 반동을 맞이한다. 마음은 과학이 다루기에 너무 까다로운 대상인 것이다. 과학이 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을 다룬다면, 각자의 마음은 각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것이다. 과학적 가설이 예측의 정확성을 통해 확증된다면, 마음은 예측을 벗어나는 예외를 허다하게 보여준다.
지잉~ 지잉~ 기계음을 내며 프린터가 돌아간다. 프린터에서 나오는 건 종이가 아니라 3차원 형상을 갖춘 물체다. 신기하긴 하지만 그렇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요즘 3D프린터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3D프린터로 뭔가 물체를 찍어내나 보다 싶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까만색 장미 모형을 찍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냄새는? 킁킁. 초콜릿? 올해 초 초콜릿 회사인 허쉬는 3D시스템즈라는 회사와 함께 초콜릿 3D프린터 ‘코코젯’을 발표했다. 재료를 넣으면 원하는 모양으로 초콜릿을 만들어 준다. 다크, 밀크, 화이트 등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의 조상은 누구인가? 유전자를 통한 뿌리 찾기가 새롭게 유행이다. 볼 안쪽을 긁어서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해서 자신의 조상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준다. 유전자 중에 얼마나 네안데르탈인에서 물려받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유럽인에게 가장 궁금한 문제 중의 하나는 자신이 네안데르탈의 후손인지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 이전의 고인류 화석종이라는 생각이 점점 받아들여지면서부터 유럽인에게 주 관심은 네안데르탈인이 과연 그들의 조상인지의 여부였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인의 조상인지, 아니면 유
과학소설과 SF영화를 보면 홍길동이 축지법 쓰듯 우주선이 웜홀을 지름길 삼아 지구에서 아주 먼 곳 까지 단숨에 돌파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때로는 단지 편리한 여행 수단으로만 이용되는데 그치지 않는다. 효용성을 경제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웜홀 입구에 스타게이트를 설치하고 해당 지점을 안정 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고대의 무역통상국가 아테네처럼 우주시대 최강국의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데이빗 웨버(David Weber)의 스페이스오페라 ‘아너 해링턴 시리즈(Honor Harrington Serie
흔히 핵발전은 논쟁적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핵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와 핵발전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기체 축적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핵발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최근 발생한 후쿠시마의 비극은 일반인들이 핵발전의 위험을 생생하게 느낄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올해는 이런 별명으로 불렸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백주년이다. 원래 저 표현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전쟁을 처음 겪었던 인류는 그렇게나 참혹한 경험을 하고도 또 다시 전쟁을 벌일 만큼 무모한 사람(혹은 국가)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다시피,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벌였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다. 핵폭탄을 사용했다. 1차대전의 사망자는 약 1천만 명, 2차대전은 약 5천만 명이었다. 이후에도 인류는 전쟁을 끝내기는커녕 나날
지난 6월말 석촌 호수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sink hole)에 시민들은 불안을 느꼈고 연이어 5개의 싱크홀이 발생하자 불안은 공황상태로 변했다. 특히 지난 8월 5일 지하철 9호선 공사장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규모면에서 충격적이었다. 길이 80m, 높이 4m, 폭이 5-7m에 이르는 싱크홀의 출현을 보면 시민들의 불안이 일면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싱크홀에 대한 불안은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어떻게 또 다시 싱크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예측불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이 예측불가능성을 해소하는 길은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서울
티베트 레스토랑 ‘포탈라’를 찾았다. 문이 열리면 먼저 향신료 냄새가 나를 맞이한다. 순간 냄새에 당황하여 살짝 멈칫거리고 있으면, 눈앞에 펼쳐진 영롱한 색상의 공간이 또 한 번 나를 맞이한다. 묘한 형태의 길쭉한 조명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조명등의 반투명한 종이를 통해 번져 나오는 따뜻한 불빛이 나를 공간 속으로 끌어당긴다.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향에 익숙해지며 온갖 계열의 붉은 색이 눈에 들어온다. 때로는 보색 관계인 청록색들이 붉은색을 더욱 살려내는가 하면, 그런 붉은 색의 평면을 가로지르는 황금색 문양과 묘한 형태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