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엔 2년 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따듯한 전들이 내는 고소한 기름 내음과 갈비찜의 달큰함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도 잠시, 명절의 불청객들은 어김없이 찾아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나라고 평생을 비켜 갈 수 없었겠지. “대학원은 취업되니?”, “언제 결혼해”같은 말들로 나의 안부를 물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멋쩍은 웃음만 내보이다 명절이 끝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명절마다 방에 들어가 잘 나오지 않았던 사촌누나가 도대체 왜 저럴까 싶었는데, 이제서야 누나의 마음을 십분, 아니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학과 특성상 인문, 공학, 예술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이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 예술 전문 학교를 졸업한 나로서는 쉽게 접할 일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소속 연구실에서는 그런 이들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며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평소 대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함은 물론, 다각도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무수한 인사이트가 발생했다. 공고히 정리된 나만의 개념 위에도 새로운 레이어를 얹을 수 있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에서 학생 연구자의 인건비 계상 기준 금액을 과정 별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등에도 변함이 없던 계상 기준 금액을 상향해 연구 현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학생 연구자 인건비 조정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 8월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와 같은 개정안을 담은 「2022년 국가연구개발행정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선안은 연구 몰입 환경 조성을 통한 성과 제고 촉진을 목표로 한다. 계상 기준 금액은 계상률이 100%일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지난 8월 25일, 2022년 가을 학위수여식이 개최됐다.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학위수여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윤성이 총장이 박사학위 수여자를 직접 격려하기 위해 박사학위 및 명예학사 수여자를 대상으로 사전 행사를 열었다. 공식 행사는 개식, 삼귀의례, 국민의례, 학사보고, 총장 식사, 이사장 치사, 총동창회장 축사, 명예박사 학위 수여, 공로상 수여, 학위 수여, 교가 제창, 사홍 서원,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윤성이 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
로맨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보자. 사랑하는 연인이 곁에 있고 나의 어려움과 상처는 빠르게 극복될 것이다. 일상은 가끔 요란하기도 하겠지만 대체로 평온하며 나는 연인과 평생 사랑하며 큰 탈 없이 살아가게 될 것이다.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보장된 삶. 누군가는 평생 그런 삶을 갈망하며 살겠지만 채린은 그렇지 않다. 그 까닭은 그녀가 정말 로맨스 소설 속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인 채린의 몸에 빙의된 의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달갑지 않다. 그녀가 처음부터 그랬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육 분야 인공지능 윤리 원칙’을 확정해 발표했다.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최초의 규범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윤리 원칙은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교육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 분야 인공지능 윤리 원칙’이란, 교육 당사자와 관계자가 교육 현장, 개발 현장, 정책 현장 등에서 인공지능의 윤리적 개발과 활용을 준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율적 규범이다. 인공지능은 기업에서도 범
지난 7월,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 에브리타임에 ‘철학과 상황 전달문’이 게시됐다. 철학과는 마지막 남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인 유흔우 교수가 퇴임함에 따라 내년이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1명만 남게 된다. 학과 폐지를 우려한 학생들은 청원서와 대자보를 게시했고 수차례 학교 측과 접촉을 시도한 끝에 받은 답변을 교내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전달문에 따르면 학교 측은 “철학과의 폐과 수순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으며 8월 16일에는 철학과 학생 대표 인원과 문과대학 학생 대표자가 참석하는 윤성이 총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윤성이 총장은 학생
‘여성도 군대 가라’는 말은 1994년도 즈음에 시작되었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 폐지를 판결하기 전부터 그 소리는 조금씩 퍼져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여성징병제 청원 글이 게시될 때는 사회적 상황이 꽤 달라져 있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군대는 남성들의 공간이자 특권으로 여겨졌다면, 이제 남성들에게 역차별이자 억울함을 지시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남성만의 병역의무제는 남성들이 차별을 받는 사례로서 소환되어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군 복무는 자랑스러운 남성의 일이 아니라 ‘시간낭비
1월부터 실시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에도 올해 2월, 캠퍼스 안전팀이 신설됐다. 캠퍼스 안전팀은 사고 대응 본부로서 교내 재난 사고 발생 시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다. 주 업무로는 산업 안전 관리, 소방 관리, 연구실 안전 관리 등이 있으며, 지난 4월에는 화재 대응 모의 소방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연구실 안전 관리에 대해서는 폐기물 분류 및 처리, 개인 보호구와 안전 용품 지급, 응급조치 교육 시행 등 안전한 연구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오는 30일까지는 연구실 안전 관리 캠페인을 시행하고
기업에 있어서 특허 포트폴리오는 가치 있는 투자이다.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이 자신의 성과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자신의 주요한 지식자산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방안이 된다. 모든 기술 기업들은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개별 특허들을 특허 포트폴리오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하는 목적은
지난 6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박사급 인력 정책의 통계 인프라 구축 및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의 특성 및 일자리 변화’를 발표했다. 박사조사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교육부의 공동 국가승인통계로서, 전년도 8월 졸업자와 당해 연도 2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반기마다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통계 분석에서는 박사조사의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박사학위 취득자의 개인 특성 변화 및 노동시장 이행 현황을 살핀다. 단, 노동시장 이행 분석에서는 ‘학업전념 박사학위 취득자’와 ‘직장
지난 7월, 교육부가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향후 10년 반도체 산업 인력 전망’에 따르면 산업 규모의 확장세에 따라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약 12.7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도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재 육성과 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10년간 15만 명’ 양성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부는 대학운영 관련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현장성 높은 인재양성을 위해 직업계고부터 대학원까지 교육지원을 맡는다. 이번 방안
1920년대의 중국이라는 배경을 감안했을 때 송련은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다. 그런 그녀도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떠밀리듯 진씨 가문의 넷째 부인이 된 송련은 가장 먼저 하인을 배정 받고 발안마를 받는다. 머지않아 송련은 발안마가 그날 밤 진씨와 동침하기 위해 선택된 부인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밤 내내 붉게 켜진 홍등과 발안마, 즉 진씨에게 선택 받았음을 증명하는 것들은 곧 권력이 되고, 가법은 집에 들어온 외부인을 천천히 구슬리며 길들인다. 얼핏 굉장한 대접을 받는 듯 송련은 결혼 후 며칠은
공원으로의 복원 공원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자갈돌을 차례로 걷어낸다 누군가는 이 작업이 복원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으로의 회복인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원래대로 돌려놓는 일을 기쁘게 여기라고도 했다 모든 속셈은 밤으로 향하고 트랙을 돌던 이는 경로를 이탈한다 공원에는 토끼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 한 쌍이 아닌 한 마리씩 살았고 죽으면 새로운 한 마리가 복원되었다 공원의 방명록은 양측마비의 시간을 붙잡고 밤마다 짖는 개의 울음을 기록했다 두 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잃었지만 세 명의 사람이 와서 땅을 파고 묘목을 심고 다시 땅을 다졌다
기후변화가 다양한 요인에 의한 지구 평균 기온의 변화를 일컫는 용어라면,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위적인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을 가리킨다.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용어가 근 백여 년간 인간의 행위가 초래한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적 용어와 더불어 기후 위기(climate crisis)나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전에 없던 규모의 산불과 자연재해의 증가, 기록
지난 7월, 인하대학교 재학생 A씨가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가해자 A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했으며, 9월 13일에는 첫 공판이 열렸다.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최초의 기사 헤드라인은 “인하대서 여성 옷 벗은 채 피 흘리고 쓰러져… 경찰 수사”였다. 다수의 언론이 뒤따라 “탈의한”, “나체로”, “속옷 발견” 등 피해자가 발견된 당시의 상황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보도를 쏟아냈다. 사건의 기사화 단계부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속보 경쟁을 시작하기 바빴다. “알몸으로 발견된 여대생,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용수 교수가 인문계열 연구업적 항목에서 2021년 최우수 교원으로 선정됐다. 한용수 교수는 국제언어문학, 인문과학연구, 중국어문논총, 한중언어문화연구, 외국학연구 등 14종 논문집에 27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에 동국대학원 신문사는 지금까지의 연구들과 향후 연구 계획을 듣기 위해 한용수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8월 24일 오후 1시, 만해관 B429호에서 진행됐다. 동국대학원 신문사(이하 ‘사’로 표기) :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코너는 지난 220
많은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읽고 쓰는 시간보다 닦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타일 사이에 낀 물때를 제거하고, 배수구 안에 걸린 머리카락 뭉치를 치우고, 솔과 클리너로 변기 안까지 박박 닦고 나면 화장실 안의 습기와 내 땀이 섞여 옷이 푹 젖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 걷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환기가 아닌 회피로 느껴졌다. 당장의 자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빙빙 도는 내 모습이 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였다. 청소나 정돈을 강박적으로